
(사진 윗줄 좌측부터)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이선호 CJ 미래기획그룹장,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무, (사진 아랫줄 좌측부터)신상열 농심 부사장, 허진수 SPC 그룹 부회장, 허희수 SPC그룹 사장
이미지 확대보기◇ 신유열, 롯데 '바이오 혁신' 전면 주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부사장이 가장 먼저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26일 롯데는 신유열을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각자 대표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2020년 일본 롯데에 입사한 지 6년 만에 그룹의 주요 신사업을 공동 지휘하는 대표 반열에 올라선 것이다. 1986년생의 신 대표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승진하며 빠른 속도로 경영 계층을 상승해왔다. 단순 대표 선임일 뿐 역할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지만, 업계는 롯데가 바이오를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여기고 오너 3세를 전면에 내세워 신사업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
신 대표의 역할은 바이오 사업 현장 경영에만 그치지 않는다. 롯데지주에 신설되는 전략컨트롤 조직에서 그룹 전반의 비즈니스 혁신과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주도할 예정이다. 이는 신 대표가 개별 사업에서의 손익 책임뿐 아니라 그룹 차원의 전략적 의사결정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롯데는 신유열 대표 외에도 CEO 20명을 대거 교체하며 전 사업 분야에 걸친 초고강도 쇄신을 단행했다. 지난해 21명을 교체한 것을 고려하면, 2년새 전체 CEO의 3분의 2를 물갈이한 셈이다. 부회장단 4명 전원이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신유열 시대를 준비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 CJ 이선호, '미래 먹거리 컨트롤타워' 정조준
CJ그룹의 오너 4세인 이선호 미래기획실장은 18일 단행된 조직개편에서 신설되는 미래기획그룹장을 맡으며 경영 보폭을 대폭 확대했다. 미래기획그룹은 단순한 조직 재편이 아니라 기존 미래기획실과 디지털전환(DT) 추진 기능을 통합해 신설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그룹의 중장기 전략 수립과 신사업 발굴을 총괄하는 핵심 조직이 이선호 그룹장의 손에 주어진 것이다.
이선호 그룹장은 지난 9월 6년 만에 지주사로 복귀했다. 그 전까지 CJ제일제당에서 식품성장추진실장을 맡아 K-푸드의 글로벌 확장을 주도한 경험이 있다. 그의 임기 동안 CJ제일제당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22년 47.0%에서 2024년 49.2%로 2%포인트 상승했다. 햇반, 비비고, 냉동치킨 등 K-푸드 브랜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였고, 유통 국가도 확대된 것이 성과로 평가된다.
CJ는 이번 조직개편에서 미래기획그룹 외에도 포트폴리오 전략그룹, 전략지원·준법지원그룹, HR그룹 등으로 지주사의 핵심 기능을 재정의했다. 이는 변화 속도가 빠른 경영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의사결정 구조의 혁신이다. 동시에 CJ는 지난해보다 2배에 가까운 40명의 신임 경영리더를 승진 발탁했다. 글로벌 사업 확장과 신사업 발굴에 필요한 젊은 인재들을 대거 배치한 것이다.
농심은 신동원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미래사업실장이 전무 승진 1년 만에 부사장으로 올라서면서 가장 빠른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1993년생 신 부사장은 2019년 농심에 입사해 놀라운 속도로 경영 계층을 상승해왔다. 사원 입사 후 1년 만에 대리, 2021년 29세의 나이로 구매담당 상무가 되며 농심 최초의 20대 임원이 됐다. 지난해 전무 승진, 그리고 이번 부사장 승진으로 입사 6년 여 만에 그룹의 핵심 임원진에 자리잡게 된 것이다.
신 부사장은 현재 미래사업실을 이끌며 신사업 발굴, 글로벌 전략 수립, 투자 및 M&A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농심이 2030년까지 추진 중인 '비전2030'의 핵심 축인 해외 매출 비중 61% 달성에 신 부사장의 역량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면류 사업의 강화와 함께 스낵 사업을 제2의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려는 계획도 신 부사장이 중심이 되어 추진할 전망이다.
특히 농심은 신상열 부사장의 승진과 함께 조용철 영업부문장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하며 '투톱 체제'를 구축했다. 조 사장은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 신 부사장의 신사업 발굴과 전략 수립을 글로벌 영업 전문성으로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된다.
◇ SPC·삼양, 형제 투톱과 오너 세대의 '쌍두마차'
유통가 오너 3세들의 전면 등판은 SPC그룹에서도 나타났다. 허영인 회장의 장남 허진수 사장이 부회장으로, 차남 허희수 부사장이 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오너 3세 형제가 나란히 승진하며 SPC의 투톱 체제를 완성한 것이다. 허진수 부회장은 파리크라상의 최고전략책임자(CSO)와 글로벌 BU장을 맡으며 글로벌 사업을 총괄해왔다. 특히 올해 7월 출범한 'SPC 변화·혁신 추진단' 의장을 맡아 그룹 쇄신 작업을 직접 지휘 중이다.
허희수 사장은 비알코리아(배스킨라빈스·던킨 담당)의 최고비전책임자(CVO)로서 브랜드 혁신과 디지털 전환을 주도해왔다. 두 형제는 글로벌 경쟁력 제고, 신뢰 회복, 미래사업 발굴을 핵심 과제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양라운드스퀘어도 오너 3세 전병우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며 세대교체에 속도를 냈다. 1994년생인 전 전무는 불닭 브랜드 글로벌 프로젝트를 총괄하며 해외사업 확장을 견인한 실적을 인정받았다. 특히 중국 자싱공장 설립을 주도해 글로벌 생산 기반을 마련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전 전무는 지속적인 글로벌 사업 성장과 동시에 내수시장에서의 입지 제고라는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 글로벌 경쟁 시대, 세대교체의 필연성
유통·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오너 3·4세 세대교체가 단순한 인사 이벤트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 배경에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경영 환경이 있다. 그간 내수 중심, 전통 제조 중심이었던 산업이 고환율, 국제 원자재 가격 불확실성, 환율 변동 등의 압박 속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무게중심을 빠르게 옮기고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트렌드를 재빠르게 감지하고 신속하게 의사결정할 수 있는 젊은 리더십이 필수불가결하다. 기존 세대가 축적한 경영 노하우도 중요하지만, 디지털 기술, AI 등 새로운 변화를 이해하고 이를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는 역량이 더욱 중요해진 시대다.
특히 주목할 점은 오너 3·4세들이 단순히 경영진 자리에 앉기만 한 것이 아니라, 신사업 발굴과 글로벌 전략이라는 구체적인 임무를 부여받았다는 것이다. 신유열 대표의 롯데바이오, 이선호 그룹장의 미래기획그룹, 신상열 부사장의 미래사업실 등은 모두 회사의 차세대 성장 동력을 담당하는 조직들이다. 이는 경영능력의 평가가 곧 실적으로 나타난다는 의미이며, 오너 세대의 경영 능력 시험대가 될 것임을 의미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너 3·4세 세대교체는 글로벌 전환을 위한 체질 개선 과정"이라며 "불확실하고 급변하는 유통·식품 환경에서 오너 3·4세들의 경영능력이 본격적으로 평가받는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내수 일변도의 경영전략에서 글로벌 경쟁으로의 전환, 전통 제조에서 신사업으로의 사업 재편이 얼마나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추진되느냐가 향후 유통·식품업계의 판도를 크게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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