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달러 돌파, 무역수지의 중추로 부상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 무역수지는 101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89억달러보다 13.5%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성과는 수출 증가와 수입 감소라는 이중 효과로 나타났다. 수출액은 102억달러에서 114억달러로 11.8% 늘었고, 수입액은 13.2억달러에서 12억9000만달러로 2.3% 감소했다.
화장품 산업의 위상 변화는 국가 경제에서도 두드러진다. 101억달러의 흑자는 지난해 전체 무역수지 흑자 규모 780억달러 중 12.9%에 해당한다. 2017년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한 전체 무역흑자 속에서 화장품이 1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며 대표 흑자 산업으로 확립된 셈이다.
기초·색조화장품이 견인…국내 생산 사상 최대
국내 생산 규모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화장품 생산액은 17조9382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이 중 기초화장품이 10조3177억원, 색조화장품이 2조8378억원으로 집계되며, 생산 구조도 수출 구성과 일맥상통한다.
미국 1위, 중국 19% 감소…시장 재편 가시화
지난해 국가별 수출 구도에 변화가 생겼다. 미국이 처음으로 화장품 수출국 1위로 올라섰으며, 수출액은 22억달러에 달했다. 미국으로의 수출은 2021년 2위를 기록한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다 지난해 정상에 도달했다. 같은 기간 2023년 10억달러를 넘었던 점을 감안하면, 빠른 성장 속도를 드러낸다.
반면 전통적 주요 수출시장이 변동을 겪었다. 2위 중국은 전년 대비 19% 감소한 20억달러를 기록했으며, 3위 일본은 4.9% 소폭 증가한 11억달러에 머물렀다. 상위 10개국은 전체 수출의 70.7%를 차지했으며, 홍콩과 베트남 등이 뒤를 이었다.
주목할 점은 신흥 시장의 부상이다. 폴란드는 전년 대비 115%라는 가파른 성장률로 14위에서 9위로 뛰어올랐고, 아랍에미레이트 연합은 70.6% 증가해 8위에 자리했다.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들도 순위권에 진입하며 고급 시장으로의 확대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한국 화장품의 수출 범위는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지난해 수출 대상국은 2024년 172개국에서 202개국으로 30개국이 증가했다. 이는 사실상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 한국 화장품이 판매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권역별 성장을 보면 유럽이 가장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였다. 폴란드의 급상승뿐 아니라 영국과 러시아도 순위를 올렸으며, 프랑스는 신규로 상위권에 진입했다. 북미 지역은 미국의 1위 달성과 캐나다의 순위 상승으로 수출이 증가했으며, 동아시아에서는 일본과 홍콩, 대만이 안정적으로 상위권을 유지하며 균형잡힌 시장 구조를 보여줬다.
국내 기업 순위 재편…신흥 강자의 부상
국내 화장품 업계의 경쟁 구도도 변화를 맞이했다. 생산실적 1만5342개 사업체 중 1000억원 이상 규모 기업들의 순위가 이전과 다르게 나타났다.
책임판매업체(제조사) 부문에서는 LG생활건강이 3조9185억원으로 최상위에 있고, 아모레퍼시픽이 3조256억원으로 2위를 유지했다. 주목할 사건은 3위 자리의 변화다. 애경산업(2966억원)이 3위에 있지만, 더 흥미로운 변화는 APR의 급상승이다. 전년 21위에서 4위로 뛰어오른 APR을 필두로, 전년 18위에서 9위로 오른 구다이글로벌, 19위에서 11위로 진입한 비나우 등 신흥 강자들이 순위를 올리고 있다.
제조자 개발생산(ODM) 업체 부문에서는 코스맥스가 1조6104억원으로 1위를 지키고, 한국콜마가 1조3012억원으로 뒤따랐다. 코스메카코리아는 3531억원으로 3위를 차지했다. 이 부문에서도 전년 8위에서 6위로 올라온 코스비전과 11위에서 9위로 진입한 비앤비코리아가 순위 상승을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 주도권으로의 도약
한국 화장품의 성장은 우연이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우리나라 화장품이 국제 안전 기준을 선도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100억달러 달성이 단순 성과를 넘어, 향후 더 높은 목표를 향한 도약의 발판임을 시사한다.
K-뷰티는 이제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기초 생산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모든 영역에서 성숙한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전 세계 202개국에서 한국 화장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의 신뢰가 100억달러 시대의 진정한 의미라 할 것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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