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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세계를 홀린 ‘빙그레’ 글로벌 성공전략

메로나·바나나맛 우유로 현지 입맛 공략 … 국민간식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안재후 CP

2025-10-15 14:11:19

[심층분석] 세계를 홀린 ‘빙그레’ 글로벌 성공전략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아이스크림 회사는 여름에만 돈 버는 거 아닌가요?" 빙그레에 대한 이런 편견은 이제 완전히 깨졌다. 2024년 빙그레는 연결 매출 1조 4,630억 원, 영업이익 1,313억 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 9%는 식품업계 평균인 4~5%를 훨씬 웃도는 수치로, 업계에서 '꿈의 허들'로 불리는 1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반세기 스테디셀러, 빙그레의 힘

빙그레의 성공 비결은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클래식 is the best." 메로나, 붕어싸만코, 투게더 같은 아이스크림 제품들은 대부분 1986년부터 1990년 사이에 출시된 장수 제품들이다. 2023년 기준 붕어싸만코는 646억 원, 메로나는 612억 원, 투게더는 528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들 제품 하나하나가 중소기업급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빙그레의 진짜 효자 상품은 따로 있다. 바로 1974년에 출시된 바나나맛 우유다. 국내에서만 연간 3,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바나나맛 우유는 가공유 시장에서 8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하루 평균 100만 개가 팔리며, 2023년까지 누적 판매량은 약 95억 개에 달한다. 단일 품목으로는 빙그레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이며, 아이스크림 1위부터 4위까지의 매출을 모두 합쳐도 바나나맛 우유의 매출에는 미치지 못한다.
해태 인수로 완성한 수익성 혁명

빙그레의 영업이익률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배경에는 2020년 해태 아이스크림 인수가 있다. 당시 만성 적자 기업이었던 해태 아이스크림을 1,300억 원에 인수한 빙그레는 초기에는 물류 통합과 시스템 통합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2021년 대비 2024년 매출액이 3,000억 원 넘게 증가했음에도 원부자재 및 상품 구매 원가는 약 770억 원만 증가했다. 물류 통합과 원부자재 통합 구매를 통한 바잉 파워 증대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해태 아이스크림은 2022년 56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후, 2023년 156억 원, 2024년 12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러한 시너지 효과로 빙그레의 영업이익은 4~5년 전 300억~400억 원 수준에서 2024년 1,300억 원대로 급증했다. 과거 4~5년 동안 벌어들일 영업이익을 한 해에 벌게 된 것이다. 빙그레의 영업이익률은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오리온이나 삼양식품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심층분석] 세계를 홀린 ‘빙그레’ 글로벌 성공전략


국내 시장의 한계를 글로벌로 극복
저출산과 고령화로 국내 빙과류 시장은 2018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아이스크림의 주요 소비층인 어린이와 청소년 인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빙그레 제품은 '국민 간식' 범주에 속해 정부의 물가 집중 관리 품목으로 지정되어 가격 인상도 쉽지 않다. 실제로 2021년에는 롯데와의 아이스크림 가격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39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이러한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빙그레는 글로벌 시장 확장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빙그레의 수출 매출 비중은 2020년 9.5%에서 2024년 12.24%까지 상승했다. 2024년 빙그레는 연결 기준 매출 1조 4,630억 원, 영업이익 1,313억 원을 기록하며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심층분석] 세계를 홀린 ‘빙그레’ 글로벌 성공전략


미국을 사로잡은 메로나

메로나의 미국 진출 스토리는 빙그레의 글로벌 성공을 상징한다. 1995년 하와이에 수출을 시작한 메로나는 현재 미국이 최대 수출 시장이 되었으며, 하와이에서는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수입 아이스크림 중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한국 아이스크림의 약 70%가 메로나이며, 연간 1,300만 개 이상이 판매되고 있다.

메로나의 인기 비결은 현지화 전략에 있다. 미국에서 팔리는 메로나는 한국과 달리 멜론맛뿐만 아니라 딸기, 코코넛, 망고, 타로 등 다양한 맛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기존 현지 아이스크림이 셔벗 형식으로 주스와 동일한 반면 우유를 섞어 부드러운 과일맛으로 차별화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 교민뿐만 아니라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코스트코에서 꼭 사 먹어야 하는 음식'으로 꼽힐 정도다.

빙그레는 2017년 7월부터 국내 빙과 업계 최초로 미국 현지에서 메로나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미국 서부 워싱턴 주 벨뷰에 위치한 루체른푸드(Lucerne Foods)와 OEM 계약을 맺고 현지 생산에 나선 것이다. 메로나의 미국 매출은 2018년 70억 원에서 2022년 270억 원으로 5년 새 4배 가까운 성장을 이뤄냈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바나나맛 우유

바나나맛 우유의 해외 진출도 눈부시다. 2004년 미국 수출을 시작으로 중국, 대만, 홍콩,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캐나다 등 30여 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의 성공은 철저한 전략의 결과였다.

빙그레는 3~4년에 걸친 철저한 시장 분석과 브랜딩 전략을 준비했으며, 한국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들이 거치는 주요 루트에 중국어로 '한국의 1등 바나나맛우유'라는 광고글을 노출해 인지도를 높였다. 중국 관광객들은 바나나맛 우유를 마시고 인증샷을 찍어 자신의 SNS에 올리기 시작했고, 이것이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관광가이드북에 '꼭 먹어봐야 할 한국음식'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2014년 8월 빙그레는 상하이에 해외법인을 설립하고 유통기한을 확보한 오리지널 단지형 제품을 통해 본격적인 유통 확대에 나섰다. 해외 시장에서 딸기맛이나 초코맛 가공유가 대부분이었던 상황에서 바나나맛 우유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했다. 바나나맛 우유 수출 증가로 2023년 냉장 부문 수출액 증가율이 전년 대비 20%를 넘긴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프리미엄 포지셔닝

빙그레의 해외 진출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가격 전략에 있다. 한국에서는 저렴한 국민 간식인 메로나와 바나나맛 우유가 해외에서는 전혀 다른 포지셔닝을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서민 아이스크림인 메로나가 브라질 등 해외에서는 고급 아이스크림으로 통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글로벌 아이스크림 시장은 2023년 기준 867억 달러(약 120조 원) 규모이며, 2028년에는 1,134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한국 아이스크림 수출액은 전년 대비 5% 증가한 9,841만 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 중 빙그레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넘는다.

온라인 시장이 커지면서 해외 진출이 더욱 용이해진 것도 빙그레에게는 기회다. 전 세계에 상품을 노출시키기 쉬워졌으며, 사실상 전 세계에 진열대를 두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고 있다. 또한 해외 정부가 빙그레의 가격 인상을 압박할 수도 없으므로, 한국보다 가격 결정력이 유연하다는 장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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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과제와 미래 전략

물론 순탄한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25년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연결 기준 매출액은 2.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6.1% 감소했다. 탈지분유 등 아이스크림의 주요 원재료 비용 상승과 통상임금 확대 적용으로 인한 인건비가 증가한 것이 원인이다.

2025년 상반기 빙그레의 매출 원가율은 71.5%로 전년 동기 68% 대비 약 3.5%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빙그레는 이러한 원가 압박을 수출 다변화로 극복하려 하고 있다. 베트남이나 유럽 등 신흥국가로의 수출 다변화에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2024년 파리 국제식품박람회(SIAL파리)에 참가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유럽에 진출한 메로나는 식물성 지방으로 만든 제품이며, 동물성 지방으로 만든 한국 메로나는 유럽 식약처 기준 때문에 진출하지 못했다. 만약 한국 메로나가 유럽에 진출한다면 수출 기여도는 더욱 배가될 수 있다.

넉넉한 재무 건전성과 높은 배당

빙그레는 2024년 말 기준 총자산 대비 약 25%가 현금성 자산 및 단기 금융 자산으로, 배당할 여력이 충분하다. 실제로 배당 성향도 매우 높은 편이다. 연도별 배당금은 2022년 120억 원, 2023년 130억 원, 2024년 230억 원, 2025년 약 300억 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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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네슬레'를 꿈꾸다

2025년 3월 20일 열린 제59기 주주총회에서 전창원 대표이사는 "새로운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빙그레의 꿈은 '조선의 네슬레'가 되는 것이다.

네슬레는 매출액이 100조 원에 달하는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 빙그레와는 아직 70배 정도의 볼륨 차이가 난다. 하지만 이는 글로벌 식품 시장이 그만큼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네슬레는 1차 대전 당시 전쟁 보급품 생산으로 성장한 후, 커피, 초콜릿, 유아식 등으로 제품을 확대하고 M&A를 통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다. 탄산수 브랜드 페리에, 이유식 브랜드 거버 등이 네슬레의 인수 사례다.

빙그레도 해태 아이스크림 인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잘하는 바나나맛 우유와 아이스크림 판매로 얻은 잉여 자금을 바탕으로 매력적인 브랜드 M&A를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불경기에는 알짜배기 매물들이 많이 나오므로, 향후 또 다른 성공 사례를 만들어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 성장할 날이 기대된다.

현재 전체 매출 중 수출 비중은 아직 10%대 수준으로 비교적 작다. 오리온의 해외 비중은 60% 이상, 삼양식품은 80%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력적인 수출 상품을 가진 빙그레에게도 높은 수준의 수출 증가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빙그레의 매출 증가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지구 온난화로 빙과류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해외 진출은 이미 시작되었지만 본격적인 확대는 이제 시작되는 단계로 보인다. 반세기 넘게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메로나와 바나나맛 우유가 이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빙그레는 진정한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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